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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벌어진 진실 <택시 운전사> (5·18, 현실, 진실)

by senju 2025. 5. 21.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진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독일 기자와 평범한 한국 택시운전사의

감동적인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영화는 거대한 이념이나 정치보다 ‘사람’에 집중합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줄거리와 함께, 광주라는 도시가 가진 의미, 그리고 관객으로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을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5·18

영화는 서울의 평범한 중년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 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는 홀로 딸을 키우며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로, 광주에 외국인을 데려다주면 10만 원을 준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무작정 손님을 태웁니다.

그 손님은 바로 독일 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 만 섭은 처음엔 단순히 돈벌이로 생각했지만,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의 시선과 삶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광주에 도착한 이들은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놀랍니다. 평온하고 정다운 시민들이 있는 반면, 군인들의 총부리 앞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잔혹한 진실이 존재했던 것입니다. 특히, 군이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발포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줍니다. 만섭 역시 처음엔 외부인처럼 상황을 관망하지만, 점차 광주시민들과 연대하게 되고, 결국

힌츠페터를 서울로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운전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대단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시민의 위대한 선택”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김만섭은 자신의 신념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연민과 책임감으로 움직입니다. 결국 그는 역사 속 무명의 영웅으로 남지만,

당시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죠. 관객들은 그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시민의 힘’과 ‘양심’을 되새기게 됩니다.

현실

‘택시운전사’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광주라는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처럼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영화 속 광주는 슬픔과 분노, 용기와 희망이 뒤섞인 공간입니다. 거리에선 군인들의 총칼이 시민을 위협하고, 병원은 부상자들로

가득 찼으며, 시민들은 서로를 돕고 음식을 나누며 연대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광주의 평범한 시민들이 외지인인 만섭과 힌츠페터에게 따뜻하게 음식을 나눠주고,

군의 감시를 피해 도와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당시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보여줬던

‘광주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폭력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공동체, 그것이 바로 광주였습니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군의 검문을 피해 도심을 빠져나가는 장면은 현실적인 긴장감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힌츠페터가 촬영한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 광주의 진실이 알려지기까지의 과정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만큼 더 큰 울림을 줍니다.

광주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진실과 민주주의, 인간 존엄성의 상징으로 다시금 새겨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광주를 단지 고통의 장소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웃음과 정이 있었고,

연대와 인간애가 살아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고통의 기억 속에서도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줍니다.

진실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죄송하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광주에서 그렇게 큰 아픔이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외면하고 알지 못했던 현실에 대해 부끄러웠습니다. 영화는 단지 눈물을 유도하는 감정적 장치가 아니라, 우리에게

‘기억하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김만섭은 무명인물이었지만, 그가 힌츠페터를 도왔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당시의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내 일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외면했다면, 진실은 더 오래 묻혔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했던 선택은 ‘영웅적’이기보다 ‘사람다운’ 선택이었고, 그 점에서 더욱 감동적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가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입니다. 힌츠페터는 독일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기록하고,

외부에 알리는 데 목숨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도운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뉴스를 보고 의견을 말할 수 있지만, 그 자유가 결코 공짜가 아니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김만섭이 힌츠페터를 다시 찾기 위해 택시를 몰고 거리를 달리는 모습은, 이루지 못한 만남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그가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표였습니다.

관객으로서 그 장면에서 흐르는 눈물은 단지 슬픔이 아니라, ‘기억의 책임’을 떠안은 감정이었습니다.

‘택시운전사’는 단순한 역사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진실을 마주하고, 기억하고,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광주라는 도시는 단지 한 도시가 아닌,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김만섭이라는 평범한 시민은 우리가 될 수도 있었던 존재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5·18을 다시 바라보고,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날의 광주를, 더 이상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