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처음 <30일> 예고편 봤을 때 기대는 크게 안 했어요. 요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좀 과장된 연기나
뻔한 설정으로 재미를 주려는 경향이 있어서,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기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근데 막상 보고 나니까, 예상과는 완전 다른 감정이 남았습니다.
단순히 웃기고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 웃음 속에 진심 어린 메시지를 조용히 숨겨 놓은 영화입니다.
<30일>은 결혼 5년 차 부부가 결국 서로를 못 견디고 이혼을 결정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하필 이혼 날짜를 앞두고 사고를 당해 둘 다 기억을 잃고, 다시 ‘남남’으로 만나게 됩니다.
이 설정만 보면 흔한 로맨틱 코미디 같지만, 영화가 풀어가는 방식이 꽤 현실적이고 섬세했어요.
웃음도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톡톡 터져요. 진짜 잘 짜인 시트콤 한 편 본 느낌입니다
웃기면서도, “이거 나의 얘긴데?” 싶은 순간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전 한국 코미디 영화들 보면 설정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이거나, 억지로 몸 개그를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근데 <30일>은 그게 없습니다. 그냥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과 말실수, 그리고 그 안의 서운함을 웃음으로
포장한 느낌입니다. 특히 강하늘이 연기한 ‘정열’ 캐릭터, 진짜 리얼했어요. 일에 치이다 보니 상대방을 배려할 여유가 없고,
말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마음은 있는... 진짜 어디서 본 것 같은 그런 남편 캐릭터랄까요? 정소민도 너무 잘 어울렸고요.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이거 실제 부부 아니야?’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너무 현실적이에요. "너는 늘 네 생각만 해." "넌 내가 뭘 원하는지 관심이 없잖아." 이런 말들이 툭툭 나올 때마다, 영화가 아니라 진짜 부부 싸움 몰래카메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웃다 보면, 어느 순간 뭉클해져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둘이 기억을 잃고 다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장면들 보면서 너무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졌거든요. 사랑이 식은 줄만 알았는데, 잊어버리고 나서 보니까 그 사람의 진짜 매력을 다시 보게 되는 상황. 그게 참... 묘했습니다.
특히 한 장면에서 둘이 같이 밥을 먹으면서 "왜 이렇게 익숙하지?"라는 대사가 나올 때, 괜히 울컥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 줄 알았지만, 기억이 없어도 몸이 기억하는 감정. 그런 게 정말 있는 거구나 싶었죠.
이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마 이런 거였던 것 같아요. 사랑은 기억보다 감정이 먼저고, 노력 없이 유지되는 관계는 없다. 우리도 어느 순간 익숙함에 기대 상대방의 진심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영화 끝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주변을 돌아보게 되더라
엔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여운이 남는 결말 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 불이 켜졌는데, 제 옆에 앉았던 커플이 손 꼭 잡고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30일>은 대단히 새롭거나 자극적인 소재를 쓰지 않아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 현실 부부의 갈등과 재발견,
그리고 그 과정을 웃음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낸 연출이 참 따뜻하고 좋았어요. 강하늘과 정소민, 둘 다 연기 진짜 잘했지만 특히
정소민의 눈빛은... 몇 장면에서 울컥하게 만들더라고요. 눈빛에 감정선이 다 담겨 있었어요.
꼭 전하고 싶은 한마디
혹시 지금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 꼭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웃으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아, 나도 저런 식으로 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이 자연스럽게 들거든요.
특히 부부나 연인끼리 같이 보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될 영화입니다.
단순히 시간 보내려고 본 영화였는데, 보고 나서는 괜히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지난 연애를 떠올리게 만든 영화.
그게 바로 <30일>이었어요.
웃기지만 가볍지 않고, 따뜻하지만 뻔하지 않은 영화. 요즘 같은 봄날, 사랑과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