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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실화영화 <그놈 목소리> (유괴, 충격, 공포)

by senju 2025. 5. 29.

영화 그놈 목소리(2007)는 1991년에 실제로 발생했던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유괴 살인사건 중 하나인

'이형호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유괴된 아이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건,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가족의 참혹한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충격을 안겼다.

이 영화는 단순히 ‘범죄 스릴러’로 분류되기엔 너무 아프고, ‘실화 영화’로 보기엔 너무 생생하다.

2024년 지금 다시 본다면, 이 영화는 그 당시의 충격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범죄에 어떻게 대응해 왔고,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되짚게 만든다.

유괴

영화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방송국 국장 한경배(설경구)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버지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유괴당했다는 전화가 걸려오면서 평온하던 일상이 무너진다.

전화를 건 유괴범은 아이를 데려갔다며 돈을 요구한다. 유괴범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협박한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전화기, 녹음기, 추적 장치 등을 동원하지만, 유괴범은 놀랄 정도로 치밀하고 잔혹하다.

가족과 경찰은 끝없는 협박과 거래, 심리전을 이어가며 아이를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결국 아이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영화는 “이 사건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있다”는 문구로 끝난다.

충격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실화'라는 점이다. 그 어떤 상상력도 실제 사건이 주는 비극과는 비교할 수 없다.

유괴된 아이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상상하기 힘든 공포지만, 그것이 실재했던 현실이라는 점은

관객의 감정에 직격탄을 날린다.

특히 유괴범이 남긴 목소리. 영화 속 그 차분하면서도 비인간적인 목소리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실제 녹음 파일을 토대로 제작된 것이다. 관객은 “아이를 찾기 위한 시간”이라는 간절함보다 “범인의 말 한마디”에 더 압도된다.

그 무자비한 거리감이야말로, 영화가 말하는 공포의 본질이다.

그놈 목소리를 처음 봤을 때, 나는 2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편하게 숨을 쉬지 못했다.

장르적으로 보면 스릴러지만, 현실의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무서운 건,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실화 기반 영화들이 결국

“범인을 잡고 정의가 실현됐다”는 결말로 위안을 준다. 하지만 그놈 목소리는 그러지 않는다.

범인은 여전히 어디선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그놈의 목소리가 남긴 불쾌함과 공포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내 아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견딜 수 있었을까?”

공포

그놈 목소리는 단순한 실화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외면했던 ‘진짜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범인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관객에게 남는 건 하나뿐이다.

그놈의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는 단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회가 외면한 수많은 희생자의 울음일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본다는 건 공포를 소비하는 게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새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