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2009년 개봉 당시에도 꽤 신선한 영화였다. 정치인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이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고,
‘대통령’이라는 무게감을 유쾌하게 풀어낸 시도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2024년,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단순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기 위해서였다.
이 영화는 우리가 얼마나 완벽한 리더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인 공감과 따뜻함을 갈망하는지를 보여주는,
묵직하면서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
영화는 총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각 인물은 서로 다른 시기와 환경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며 전혀 다른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이 세 사람은 시대와 성격, 상황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한다는 점이다.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정호 대통령(이순재 분)’. 그는 곧 퇴임을 앞두고 있다.
은퇴를 앞둔 어느 날, 자신이 복권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금액은 무려 24억 원.
대통령이 복권에 당첨된다는 설정 자체가 코믹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가 느끼는 윤리적 갈등은 현실적이다.
돈을 그냥 가지자니 욕을 먹고, 포기하자니 아깝고, 기부하자니 진심이 전달될지 고민이다.
결국 그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또 아버지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두 번째 대통령은 젊고 잘생긴 ‘차지욱(장동건 분)’. 그에게는 북한과의 회담이라는 중대한 외교적 임무가 주어진다.
동시에 그는 개인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혼한 아내와의 과거, 새롭게 다가온 사랑,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허용하지 않는 개인적인 선택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지만, 리더로서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결국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국민 앞에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며,
대통령의 자리가 감정을 버리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 분)’다. 그녀는 강인하고 합리적인 리더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장기이식 문제로 큰 갈등에 빠진다.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과 어머니로서의 사랑 사이, 그녀는 어느 하나도 가볍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국가의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와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동시에 드러낸다.
메시지
영화의 마지막은 세 대통령이 각자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했는지 보여주며 끝난다.
김정호 대통령은 복권 당첨금을 기부하면서도, 국민 앞에서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차지욱 대통령은 연애감정과
외교적 책임 사이에서 인간적인 선택을 하며, 한경자 대통령은 국가와 가족 사이에서 고통스럽지만 단단한 결정을 내린다.
그들의 선택은 정답이 아니다. 하지만 그 진심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완벽한 대통령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하고 고민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서의 대통령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아마 이것일 것이다. “우리는 정말 완벽한 대통령을 원하는가? 아니면 인간적인 공감이
가능한 대통령을 원하는가?”
느낀 점
다시 보니 이 영화는 단지 ‘대통령 이야기’가 아니었다.
세 명의 리더가 마주한 선택은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들과도 닮아 있다.
욕심을 내려놓는 법, 사랑을 포기해야 할 때, 가족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갈등.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한 인간으로서의 이야기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정호 대통령의 밤새 고민하는 장면이었다. 조용한 대통령 집무실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복권을 바라보는 그 모습은, 마치 어느 아버지가 월급봉투를 받아 든 순간처럼 현실적이었다.
고뇌의 표정, 침묵 속의 무게감, 그리고 마지막의 결단. 웃기면서도 울컥했다.
차지욱 대통령의 회견 장면도 오래 남는다. 우리는 흔히 정치인은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냈고, 그 솔직함이 오히려 국민에게 신뢰를 안겼다. 리더는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진심이 전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웃기지만 깊이 있고, 가볍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그리고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
이 영화는 더 이상 ‘예전 영화’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적이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매일 리더를 선택하고, 또 스스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럴 때마다 이 영화 속 세 명의 대통령처럼, 실수하더라도
진심을 갖고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봐도 웃기고, 다시 봐도 따뜻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