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하얼빈’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냥 또 하나의 역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보단
요즘은 가볍고 재밌는 영화에 더 끌리니까요. 하지만 보고 난 지금은, 정말 다르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기억’해야 할
영화입니다. 기억하고, 되새기고, 어쩌면 그걸 우리 삶 속에서 한번쯤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를,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역사
영화는 러시아 하얼빈이라는 도시에 도착하면서 시작돼요. 하늘은 잿빛이고,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나라를 빼앗기고, 목숨을 걸고 도망치듯 살아가는 시대. 그 중심에 안중근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안중근을 너무 ‘위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했는지,
얼마나 흔들렸고 또 얼마나 단단했는지를 이 영화는 정말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동지들과 작전을 준비하고,
마침내 하얼빈 역에서 총을 쏘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건 ‘그 과정’입니다.
어떤 사람이 목숨을 걸기로 결심하는 데는 수많은 각오가 필요하잖아요.
그 밤들 속에서 느꼈을 두려움, 외로움, 책임감 같은 것들이 이 영화에서는 한 장면 한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느낀점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안중근이 너무 사람답게 느껴졌다는 거예요. 우리는 흔히 그를 ‘의사’라 부르며 성인군자처럼만 기억하지만,
영화 속 안중근은 웃기도 하고, 화도 내고, 슬퍼하고, 고뇌해요. 그게 정말 좋았어요. 영웅이 아니라, 그냥 자기 신념을 지키기 위해 애쓴 한 사람. 그래서 더 감동이었고,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한 동지들도 정말 인상적이에요. 각자의 이유로 함께하게 된 사람들. 그들 간의 대화, 충돌, 위로… 작은 장면 하나하나가 진심으로 와 닿았어요.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라는 인물도 단순한 ‘악당’으로만 그려지진 않아요. 그 또한 시대를 움직이던 인물이었고, 그만의 생각과 방식이 있었죠. 이 양면적인 구도가 영화 전체에 묘한 무게감을 더해줘요.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는 내내 조금 부끄러웠어요. 안중근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신념, 책임감, 그리고 행동력. 그에 비해 나는 지금 얼마나 쉽게, 얼마나 가볍게 살고 있는지를 계속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특히 그가 했던 말 중에 “동양 평화를 위해 서양의 총을 든다”는 대사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나라를 위한 마음이었지만, 그건 단지 국경 안에 머무는 게 아니었어요.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가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정말 큰 시야의 사람이었구나 싶었죠. 마지막 총성이 울리는 순간, 스크린은 조용해졌지만 제 마음은 정말 시끄러웠어요. 이게 진짜 한 사람의 인생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결론: 이 영화는 그냥 ‘좋다’는 말로는 부족해요
‘하얼빈’은 저한테 그런 영화였어요. 보고 나면 누군가와 꼭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영화. 다 보고 난 뒤,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 누군가 “어떤 영화야?”라고 물으면, 저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한 사람의 신념이, 지금 우리 삶에도 여전히 말을 걸어오는 영화야.” 가볍게 보기엔 아까운 영화지만, 절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아요. 몰입감 있고, 감정선도 깊고, 무엇보다 진심이 느껴져요. 혹시라도 지금, 뭔가 마음이 헛헛하거나,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면 이 영화를 꼭 한 번 보세요. 분명히, 지금보다 조금 더 ‘깊은 나’와 마주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