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말을 지켜라 <말모이> (감동, 역사, 실화)

by senju 2025. 5. 13.

2019년에 개봉한 영화 말모이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말모이'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말 단어를 모은 최초의 사전을 뜻하며,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언어, 그리고 정체성을 향한 집념을 밀도 있게 그려냅니다. 이 글에서는 말모이의 줄거리 전개, 시대적 배경, 실화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상세히 리뷰해 보겠습니다.

감동

말모이는 글을 모른 채 살아가던 한 남자의 변화에서 출발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김판수(유해진 분)는 고아로 자라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인물입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선어학회에서 서류를 훔치다 들키고, 오히려 그곳에서 일하게 되는 운명적인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김판수처럼 배운 것 없고 세상과 단절된 인물이 우리말을 지키는 위대한 일에 뛰어든다는 설정이 매우 인간적이기 때문입니다.

김판수는 처음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조선어학회에서 일하지만, 점점 말과 글의 가치를 이해해 갑니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배우며, 사전을 만들기 위해 시골 방방곡곡을 다니는 모습은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판수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해 갑니다.

단순한 개인의 성장이 아니라, 언어를 통한 삶의 변화가 그려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섭니다.

또한 영화는 중간중간 유머와 따뜻한 장면들로 무게를 조절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조선어학회라는 공간에서 말과 글을 위해 함께 힘을 합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말이 가지는 힘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관객은 김판수의 눈을 통해 그 시대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며,

우리말이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정신과 영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역사

말모이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제가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고, 조선어 교육을 중단시키며,

철저하게 민족말살정책을 펼치던 시기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어학회는 실제로 존재했던 단체로, 우리말을 기록하고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작업을 했던 학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영화 속 사건의 중심에는 바로 이 조선어학회 사건, 즉 1942년

일제가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검거하고 고문했던 실제 사건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단체의 활동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 조선인들의 삶과 그들이 겪었던 억압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조선어 신문은 금지되고, 거리에는 일본어가 난무하며, 조선인들은 점점 모국어를 잃어가던 상황. 이런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우리말’을 기록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언어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것임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영화는 시대의 디테일을 매우 세밀하게 재현합니다. 인물들의 옷차림, 배경의 건물, 거리 풍경까지 모두 당시 경성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여기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감정선이 더해지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 시대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드라마적 서사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몰입감은 더욱 큽니다.

실화

많은 관객이 말모이에 감동한 이유는 바로 그것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 작업은 허구가 아니라, 실존했던 조선어학회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일제가 조선어 말살을 강요하던 시대에 몰래 전국의 말을 모아 ‘조선어사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체포되고 고문당했으며, 끝내 목숨을 잃은 이도 있었습니다.

김판수라는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가 겪는 사건들은 실존 인물들의 경험을 토대로 구성된 것입니다.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실제로 일제에 의해 체포된 후 모진 고문을 당했고, 그중 이윤재 선생은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미화하지 않고, 고통과 억압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지키고자 한 가치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말모이는 단순한 시대극도, 영웅담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 앞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휴먼드라마입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말과 글, 그것은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위에 존재하는 것임을 이 영화는 일깨워줍니다.

말모이는 언어를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성장,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역사를 지키려는 뜨거운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어의 가치와 정체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듭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감동을 넘어 경외감을 주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말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희생과 노력을 통해 살아남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바로 말모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