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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용의 출현> 거북선 그리고 이순신 (평가, 연출, 느낀점)

by senju 2025. 4. 23.

영화 한산 관련 사진

평가

<한산>을 처음 봤을 때 기억나시나요? 스크린을 가득 채운 바다,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던 거북선, 그리고 그 위에 선 이순신.

이 장면 하나로도 극장에서 느낀 압도감은 상당했습니다. 실제로 개봉 직후 극장을 찾은 관객은 700만 명 가까이 됩니다.

‘명량’의 전작이라는 기대와, 한국 영화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조금 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관객 대부분은 전투 장면과 영상미에 대해선 분명히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특히 ‘학익진’ 전술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방식은 진짜 감탄이 나올 정도였죠. 다만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은 기대보다 약했습니다. 이순신은 여전히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그 인간적인 고민이나 감정선은 스쳐 지나가듯 보여졌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잘 만든 영화인데, 마음은 덜 움직였다”는 평가가 조금 들렸습니다. 명량이 뜨거운 감정의 불꽃을 피웠다면,

한산은 잘 다듬어진 전략서 같았습니다. 관객으로서 만족감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였습니다.

연출

김한민 감독은 분명 이 작품에 혼을 담았습니다. 특히 해상 전투 장면은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스케일과 정밀함을 자랑합니다.

거북선 내부를 구현한 세트, 파도 위에서의 전투를 CG와 실제 수중 촬영으로 풀어낸 장면들은 압권이었어요.

그저 멋진 장면을 넘어, 그 시대의 전쟁이 어땠을지를 상상하게 해줬죠. 카메라의 움직임은 현장감을 극대화했고,

배경음악과 효과음도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을 도왔습니다.

영화 후반, 대규모 전투 장면에서는 관객이 숨을 참으며 보게 될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이 부분만큼은 ‘한산이 진짜 잘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이야기하게 되는 부분은, ‘이 멋진 그림 속에 인물의 감정이

얼마나 담겼을까’ 하는 지점입니다. 연출이 뛰어난 만큼, 그 안에 서사의 깊이가 따라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습니다.

연기력은 훌륭했지만, 캐릭터 간의 교류나 인물의 고뇌를 좀 더 담백하게 보여줬다면, 지금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겼을지도 모르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한산>이 단지 볼거리만 있는 영화였다면, 이렇게 오래 기억되진 않았을 거예요.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그 안에서 갈등은 더 커지고 외부의 위협은 가까워집니다.

그런 시기에 이순신은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제 할 일을 해냈죠.

그의 모습은 시대를 넘어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쟁이 벌어지기 전 장군과 장수들 사이에서 벌어진 대화들이었습니다.

내부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싸우는 모습은, 지금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그 시절의 거대한 전쟁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는 지금 어떤 리더를 원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한 젊은 세대가 이 영화를 보며 이순신 장군을 조금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는 점도 의미 있습니다.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라는 걸 <한산>은 잘 보여줬죠.

<한산: 용의 출현>은 분명히 잘 만든 영화입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연출적으로도 훌륭합니다. 감정적으로는 조금 아쉽지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울림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공감’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바다 위에서 용이 출현했던 그날처럼, 우리 일상에도 조용한 용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