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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유관순 이야기> (줄거리, 역사, 느낀점)

by senju 2025. 5. 20.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한 인물을 조명한 역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관순이라는 이름을 넘어, 그녀의 진짜 삶, 고통, 신념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영화는 형무소라는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시대를 흔든 한 여학생의 불굴의 의지를 담아내며

관객에게 잊지 못할 감정을 남깁니다. 특히 여성의 목소리가 제한되던 시대에 끝까지 자신을 지킨 유관순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지금부터 영화의 줄거리와 함께, 그 속에 담긴 메시지, 그리고 관객으로서 느꼈던 점들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흔히 접하던 유관순이 아닌, 3.1운동 이후의 그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1919년 4월,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은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됩니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 이후의 삶을 조명합니다.

형무소 안에서 유관순은 단순한 수감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운동을 준비하는 투사로 그려집니다.

수감 당시 그녀는 만 17세. 나이로만 보면 어린 소녀지만, 영화 속 유관순은 ‘조선의 딸’이자 ‘독립의 씨앗’으로 묘사됩니다.

일본 순사들의 폭력과 고문,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동료 수감자들과 함께 만세운동을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영화의 큰 갈등은 외부보다는 감옥 내부에서 벌어집니다. 유관순의 강한 신념은 때때로 동료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점차 그녀는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고문 장면은 잔인하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묵직한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순간, 피투성이 얼굴을 하고도 침묵을

유지하는 유관순의 모습은 말 한 마디보다 더 큰 메시지를 던집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끝까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점입니다.

절망을 선택할 수 있었던 수많은 순간에도, 그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 용기가 관객의 가슴을 오래도록 파고듭니다.

역사

‘항거’는 단지 유관순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영화화한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녀를 ‘신화’로 만들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에 있습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때로는 그녀의 약한 모습, 흔들리는 눈빛까지 담아냅니다. 고아성 배우는 그런 유관순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눈물 없이도 눈물을 느끼게 하는 연기였고,

억울함을 분노로 풀기보다는 ‘신념’으로 응축하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형무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영화를 끌고 가야 했기에 자칫 단조로울 수 있었지만, 연출은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조명, 세트, 사운드 등도 영화의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 극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관객이 유관순의 시선으로 감옥 안을

바라보게 되고, 그녀가 느꼈던 공포와 고통, 그리고 소망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유관순이 혼자 투쟁한 것이 아니라, 여성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 희망을 만들어갔다는 점입니다.

‘항거’는 그동안 조명되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존재를 드러내며, 역사의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름 없는 인물들이 함께 만든 역사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잊지 않고 전합니다.

느낀점

영화를 본 뒤 가장 오래도록 남은 감정은 경외감과 책임감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유관순을 ‘대한민국 대표 독립운동가’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지만, 영화는 그녀가 얼마나 철저하게 ‘사람’으로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고통받고, 절망하고, 흔들리면서도 결국 옳은 길을 택했던 그 단단한 마음이 진한 감동을 줍니다.

유관순은 불사의 영웅이 아닙니다. 영화는 그녀가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던 인간 유관순을 보여주며,

그 정신을 오늘의 우리에게 되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항거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어떤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

유관순의 이야기를 단순한 과거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가 남긴 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가치입니다.

감옥에서 만세를 부르며 쓰러지던 그녀의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 장면은 단순히 한 인물의 마지막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땅히 지켜야 할 자유와 존엄이 얼마나 귀한 대가 위에 존재하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단지 한 명의 인물을 기리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자,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입니다. 고요한 감옥 안에서 일어났던 또 하나의 혁명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용기, 그녀의 눈물, 그리고 그녀의 외침은 단지 과거의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묻고 답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항거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관객의 가슴에 조용히, 그러나 깊이 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