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24년 다시 본 <싱크홀> (줄거리, 재난영화, 결론)

by senju 2025. 4. 22.

영화 싱크홀 관련 사진

2021년 여름, 마스크를 쓰고 극장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죠. 그때 봤던 영화가 ‘싱크홀’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어딘가 심상치 않았고, 사실 그땐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재난 영화인데 웃기다?”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 싶었죠.

그런데 2024년, 이 영화가 재상영됐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 번 보게 됐습니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신선하다”, “웃기다” 정도였다면, 이번엔 좀 달랐어요. 지금 내 삶, 지금의 사회, 요즘 우리가 겪는 감정들… 그런 게 겹쳐지니까, 웃기면서도 짠하고,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영화로 다가왔거든요.

줄거리

평범한 회사원 정만수(김성균)가 11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삽니다.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런데 입주한 다음 날, 집이 통째로 지하로 꺼져버립니다. 싱크홀에 빠진 거죠.

그렇게 집안 사람들과 우연히 그 집에 왔던 이웃들이 지하 500m 깊이의 함정에 갇히게 됩니다.

사실 ‘싱크홀’이라는 건 현실에서도 뉴스로 종종 나옵니다. 도로 한복판이 푹 꺼졌다든가, 공사 중에 지반이 무너졌다든가.

그런데 이 영화처럼 아파트 한 동이 지하로 꺼져 버리는건 말도 안 되긴 하지만,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가장 와닿았던 건, 이게 단순한 재난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쌓아올린 꿈, 노력, 일상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 그게 영화의 재난보다 더 큰 재난처럼 느껴졌어요.

재난영화

해외 재난 영화들은 보통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해일, 지진, 외계인 침공등. 스케일도 크고. 근데 너무 비현실적일 때도 있습니다.

반면 ‘싱크홀’은 정말 사람 이야기입니다. 재난 속에서 그려지는 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이에요. 겁에 질린 사람, 남 탓하는 사람,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등 각각의 캐릭터가 전형적이지 않고,

어딘가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이라 더 몰입이 됐어요.

특히 차승원 배우가 연기한 김대리는 정말 인상 깊었어요. 처음엔 그냥 유쾌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나중엔 의외의 리더십을 보여줘요. 이광수는 특유의 엉뚱한 매력으로 극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요. 조연들이 튀지 않게 잘 어울려서 오히려 영화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가장 좋았던 건,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어요. 누군가를 비난하고 미워하는 대신, 서로 돕고 손을 내밀어요. 그게 한국 영화가 가진 따뜻함 아닐까요?

재난이라는 장르에 ‘코미디’가 더해진다는 게 처음엔 좀 낯설었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 조합이 꽤 괜찮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현실이 워낙 웃기고 슬퍼서’가 아닐까 싶어요.

살면서 느끼는 황당한 순간들, 어이없는 현실들. 그런 걸 영화는 의외로 잘 잡아내요. 예를 들어, 위기 상황에서도 서로 쓸데없는 말다툼을 한다든가, 생존을 위한 도구로 옆집 화분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장면들요. 그게 너무 사람답고, 그래서 웃음이 나요.

웃음이 있다고 해서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진 않아요. 오히려 중간중간 터지는 유머가 관객의 긴장을 조절해줘요. 계속 긴장만 하다 보면 피로하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타이밍 좋게 웃음을 줘서, 끝까지 지루할 틈이 없어요.

감독 김지훈이 이 균형을 정말 잘 맞춘 것 같아요. 현실 풍자, 코미디, 감동까지 다 갖췄는데, 어느 하나도 과하지 않아요.

결론

3년 전보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건, 어쩌면 우리의 삶이 여전히 ‘불안정한 땅 위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요즘은 무언가를 확신할 수 없는 시대잖아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경제, 불안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그런 현실 속에서 ‘싱크홀’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결국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거예요. 그 깊은 지하에서도 사람들은 웃고, 다투고, 협력하면서 살아남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로 손을 내미는 모습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 같아요.

2024년 다시 본 ‘싱크홀’은 예전보다 훨씬 더 깊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재난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았어요. 이 영화는 웃기지만 가볍지 않고, 무겁지만 어둡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오래 남고, 다시 보고 싶어져요.

혹시 아직 ‘싱크홀’을 안 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보세요. OTT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운 좋게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이미 본 분들도, 지금 다시 보면 또 다른 감상이 찾아올 거예요. 요즘 같은 시대에, 진짜 필요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