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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다시보는 <기생충> (줄거리, 계급, 결론)

by senju 2025. 5. 28.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작품을

‘한국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국적인 이야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했다.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모두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사에 남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 2024년. 우리는 다시 이 영화를 떠올린다.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여전히 그 안에 머무는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이 글은 기생충의 줄거리와 주요 상징, 그리고 2024년 현재 우리의 삶과

맞닿은 지점을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바라본 시선이다.

줄거리

기택 가족은 반지하에 산다. 창밖으론 사람의 다리만 보이고, 가끔은 취객의 소변이 창틀을 적신다.

취업도, 미래도 막막한 기우는 친구의 제안으로 박사장네 고급 주택에 과외 선생으로 들어간다.

처음엔 그저 아르바이트였지만, 곧 여동생 기정, 아버지 기택, 어머니 충숙까지 온 가족이 각각의 역할로 박사장 집에 스며든다.

하지만 기택 가족의 ‘기생’은 오래가지 못한다. 박사장 집 지하 벙커에서 이전 가정부 문광의 남편이 숨어 살고

있었단 사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급격히 뒤틀린다. 두 가족의 폭로전, 그리고 비극적인 파국이 이어진다.

기택은 박사장을 칼로 찌른 뒤 그 벙커로 숨어들고, 기우는 언젠가 돈을 벌어 그 집을 사겠다는 상상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계급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계단’이다. 반지하에서 시작된 인물들은 늘 위로, 위로 올라가야만 한다.

기우가 박사장 집에 처음 갈 때 오르는 긴 계단, 생일파티 날 벙커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문, 폭우가 쏟아진 밤

기택 가족이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 등, 이 영화에서 ‘계단’은 물리적인 구조이자 사회의 수직적 구조를 상징한다.

‘냄새’ 역시 인상적이다. 박사장은 말한다. “기택 씨는 이상하게 지하철 냄새가 나.” 기택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진다.

계급의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냄새처럼 은근하게, 그리고 지워지지 않게 존재한다.

그건 노력한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이전보다 더 양극화되었다. 부동산은 신분이 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계단을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우가 영화 마지막에 말한다.

“열심히 돈 벌어서, 그 집을 사면, 아버지는 나올 수 있어요.” 그 말은 너무도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허망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안다. 그건 그의 ‘상상’일 뿐이라는 걸.

느낀점

처음엔 기택 가족이 불쌍했다. 하지만 나중엔 그들도 비판하게 된다. 계획적으로 남의 자리를 빼앗고,

거짓말로 가득 찬 행동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정당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박사장 가족 역시 불편했다.

무례하지 않지만 무심했고, 친절하지만 차별적이었다.

이 영화의 진짜 미덕은 바로 그것이다. 누구도 완벽하게 선하지 않고, 누구도 완전히 악하지 않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가난한 사람은 선하다’라는 전형을 거부하고,

‘부자도 피해자다’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사회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폭력성, 무관심을 드러낸다.

기생충은 끝났지만, 그 이야기의 구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반지하, 벙커, 언덕 위의 저택은

단지 영화 속 세트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는 공간이고, 계급이고, 현실이다.

영화를 다시 보며 느낀 건,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는 비극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야기 속에 거울을 숨겨두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거울을 보게 만들었다.

그 거울 앞에 섰을 때, 당신은 무엇을 봤는가?